한국가곡

박목월의 '나그네'와 조지훈의 '완화삼'

내마음의노래 2025. 5. 19. 23:48
 

완화삼(玩花衫) - 목월에게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가노니
 

https://youtu.be/iu5Wb6DcQQ4 

 

조지훈과 박목월은 한국 현대문학사의 중심을 이룬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두 사람은 문학적 동지이자 깊은 우정을 나눈 벗이었습니다. 두 시인의 관계와 그 속에서 탄생한 시들, 특히 ‘완화삼’과 ‘나그네’의 교류는 한국 문학사에서 아름다운 일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1939년, 조지훈과 박목월은 당시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입문한 청년 시인이었고, 시문학 동인지 활동 등을 통해 서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청록파 결성 전 단계에서 이미 상호 존경과 교감을 나누던 사이였습니다. 어느날 박목월이 자신의 고향인 경주로 조지훈을 초대하였고  지훈은 목월에게 만나러 가겠다는 전보를 칩니다. 이에  목월은 '조지훈 환영'의 깃발을 들고 경주역으로 마중나가 일주일을 지훈과 함께 술과 유흥으로 지냅니다. 그 곳에서 두 사람은 문학과 사상과 시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 때 경험했던 목월의 따뜻한 인정과 경주의 풍물이 기억에 자꾸만 남았던지 조지훈은 목월에게 보내는 편지로 완화삼을 지어 목월에게 보냈습니다.이 시는 마치 길 위에 선 고독한 지식인, 품격 있는 방랑자를 그린 듯한 시로, 조지훈 특유의 유교적·선비적 이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조지훈의 「완화삼 (玩花衫) 」을 읽은 박목월은 뜻을 함께 할 문학적 동지임을 확인하고 감명을 받아, 이에 화답하는 의미로 자신의 시 「나그네」를 씁니다. 그 결과로 두 사람은 시로 대화하며 서로의 문학관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청록파 결성(1946년 동명 시집 출간)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이 일화는 한국 문단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시적 교류로 평가되며, 단지 시인의 우정을 넘어, 시 자체가 대화이자 문학적 철학의 응답이라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입니다.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https://youtu.be/qNacPUkAUN8